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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15 13:57

[대구일보] 시각장애인 해설사 안성희 씨 “오감으로 느낀 ‘골목’ 들려드릴게요”

글쓴이 : 남산종합사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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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해설사 안성희 씨 “오감으로 느낀 ‘골목’ 들려드릴게요”

꽃다운 27세 시력잃고절망 속에서 방황하다문화관광해설사 도전코스 곳곳 만지며 익혀첫 투어때 박수에 눈물

2010년 어느 날 갑자기 38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등이 찾아왔다.
단순한 감기라 생각했다.
동네병원을 찾았더니 역시 감기라고 했다.

하지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심한 두통이 계속됐다.
이상하다 싶어 대학병원을 찾았다.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는 것이었다.

뇌수막염은 진행 속도가 빨라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이 위험하기도 하고 치료를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결국 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고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았다.
당시 나이 27살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예쁘게 꾸미고 싶은 나이. 슬픔을 넘어 절망이었다.

나쁜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5년을 방황했다.
한결같이 자신의 옆을 지키는 가족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이들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권유로 안마를 시작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니 삶이 즐거워졌다.
도전의식이 생겼다.

대광불자회의 권유로 시각장애인 해설사까지 도전하게 됐다.
안성희(34ㆍ여)씨 얘기다.

“시각장애인이 진행하는 골목투어의 매력은 시각에만 의존했던 기존 관광에서 탈피해 오감을 통한 입체적인 관광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미 방문한 곳에서도 새로운 감동을 접할 수 있습니다.
”
안씨는 대구 중구청과 남산종합사회복지관, 대광맹인불자회에서 2015년 1월부터 공동으로 진행한 시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사업에 참여해 6개월 과정의 이론 교육과 현장실습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문화관광해설사로 위촉됐다.

물론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보이지 않기에 골목투어 코스 곳곳을 오감을 통해 머릿속에 각인하는 작업은 고단하기만 했다.
바닥에 새겨진 글자를 직접 손으로 더듬어 읽고, 주요 관광지의 냄새와 주변 소리까지 모두 익혀야 했다.

그는 “몇 발자국 앞, 몇 시 방향, 나무냄새, 새소리 등을 기억하며 골목을 각인시켜 나갔다.
처음에는 많이 넘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말 그대로 눈감고도 잘 다닌다”며 “해설 내용은 녹음한 뒤 반복해서 모두 외웠다”고 말했다.

처음 해설사로 시민들의 앞에 서기 전 홀로 그곳을 찾아 연습하기도 했다.

그는 “대구 근대화거리 골목투어 2코스 시작점인 청라언덕에서 큰 용기를 내 지나가는 시민을 붙잡고 해설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도 흔쾌히 함께 코스를 돌며 해설을 들어줬다”며 “미리 준비한 설문지도 정성스레 작성해 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처음 시민들 앞에 선 그날을 안씨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단다.
“너무 떨렸지만 큰 호응 덕분에 신이 나서 했다.
해설이 끝나자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며 “어떤 이는 다가와 꼭 안아주기도 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솟아오르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안씨가 해설사로 나서는 날은 정해져 있지 않다.
예약이 있을 때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혹여나 해설할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길을 걷거나 일을 할 때도 반복해 연습을 한다.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시민 모두에게 ‘만져보고 듣고 그려보는 관광’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시민들이 저로 인해 대구의 매력을 마음껏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중구청과 대광불자회에 투어신청 많이 해주세요. 하하”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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